윤향숙의 근작들은 이전의 회화 본연의 붓질이나 혼합 매체적 성격에서 벗어나 아크릴 판재를 사용한 2차원적 대면성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기성매체를 활용함으로써 정물성의 의미, 일루전의 미학을 실험하고 있다. 캔버스나 종이가 아닌 아크릴이라고 하는 인공적 재료(Artificial Material)는 그녀가 생각하는 ‘겹쳐짐’의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현대적 매체인 것이다. 윤향숙은 이 인공성에다 새로운 연금술적 시어들을 새겨 넣고 있다. 점, 색면, 사과, 의자, 나무, 모호한 기호들을 마치 들판에 씨 뿌리듯이 그려 넣음으로써 색면의 강에 시각적 환영의 배를 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