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향숙은 강렬한 색채구사에서 벗어나 파스텔 톤의 조밀한 점들을 선택하고 있다. 마치 옵티컬 회화처럼 평면적 공간을 구획하기도 하고 혹은 색면의 공간 뒤에 사과나 의자, 컵, 병과 같은 사물들을 숨겨두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숨기는 것이 아니라 은밀하게 비쳐 보이게 하는 오버래핑(overlapping)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겹쳐보인다’는 것은 일종의 마음의 허상이 실상으로 부상하는 것이며 무의식의 흐름이 시각적 환영으로 표면화 되는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