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향숙은 아주 익숙한 오브제나 일상풍경을 그린다. 사과, 여행가방, 우유각, 책, 사다리 등. 유명한 명화도 이 일련의 리스트에선 가치가 평등한 하나의 오브제일 뿐이다. 최근에는 그녀의 작업실로 쓰이는 컨테이너 건물이나 주변 풍경, 자택이 있는 일산과 도심을 잇는 자유로 등 오브제를 넘어 세상 밖으로 한걸음 내딛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담담히 그려진 그런 오브제나 풍경들이 관객의 시선과 맞닿을 때 특유의 필터링으로 걸러지게 된다. 이 필터링은 일종의 ‘라이트 박스’인데, 박스 자체에 광원이 있어서가 아니라 빛을 끌어들이는 특유의 효과 때문에 내가 임의로 명명한 이름이다. 이 ‘집광’의 효과는 그려진 대상들이 빛으로 둘러 싸여 떠있는 듯한 착시를 준다. 마치 공간에 산재해 있는 빛을 풍경과 함께 한 조각 떠올려 벽에 걸어둔 것이 보인다.